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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6 09:46

2003년 국내 최초로 청소로봇인 로보킹을 시장에 내놓고,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이놈을 로봇으로 자리매김 할 것인가, 청소기로 자리매김할 것인가'하는 정체성의 문제였다. 당시 국내업체로서는 최초로 한국에 출시했을때만 해도 청소 로봇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터라 우리는 수많은 논의 끝에 '로봇을 만들자!'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로봇의 가장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센싱(센서 작동으로 탐색 및 감지)/판단/동작을 구현하고 강조하는 데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로봇이란, 곧 태권브이를 의미했고 첫 제품화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청소로봇이 태권브이가 되는 건 요원한 일이다. 게다가 로봇 청소기를 기능적인 관점의 딱딱한 기계로만 어필한 것도 문제였다. 그러니, 로봇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로봇=태권브이?)하고, 청소기라고만 하기엔 아쉬운 이 청소로봇을 대체 어떤 컨셉과 디자인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가 나의  고민거리일수 밖에.

미래 라이프 스타일을 소재로 한 LG전자 ⓤlife 사이트(http://u-life.lge.co.kr)

청소로봇이 아파서 병원 보냈어요~
판매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어렵게 실제로 청소로봇을 사용하는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청소로봇에 대해 묻자, 그분에게선 의외에 답이 나왔다. 

우리는 쟤를 '기특이'라고 불러요. 진짜 이게 청소를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뽈뽈 거리며 잘 돌아다녀서요. 얘는 우렁각시란 말이 꼭 어울리더라고요. 나갔다 오면 청소를 해놓잖아요?


나는 '어! 이것 봐라'하는 마음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용자들을 더 만나보니, 다들 청소로봇을 '샀다'가 아닌 '데려왔다'로, 그리고 고장이 나서 수리를 보낼 때도 "아프다, 병원 갔다"고 말하고, 충전할 때는 "밥 준다"는 표현을 썼다. 애칭도 다양했는데, <보낑이>, <예삐>, <물방개> 등으로 일종의 애완동물처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로봇이 아니라 Pet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품기획, 디자인, 개발에서 모인 개발팀은 머리를 맞댄 회의 끝에 '기술'보다는 '감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디자인 방향도 '로봇 같은 느낌'에서 '스마트하고 새로운 가족'으로 선회하여 기존의 '로봇'이나 '청소기'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로 했다. 디자이너들은 보다 친근하게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베이스 컬러를 '퓨어 화이트'로 하고 인터렉티브한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블루 라이팅과 다크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그러나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두고 내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싸늘했다. 

"너무 밋밋해!~ 특징이 뭐지?"
"어찌 되었든 청소를 하는 건데, 흰색은 안돼. 때가 탈 거라고."
"요즘 가전 트렌드는 컬러와 패턴인데, 펑퍼짐한 화이트라니…"
"기능이 너무 드러나지 않잖아."

 

나를 비롯한 개발팀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몇 가지 다른 스타일로도 제작해보았으나 소비자 조사에서의 결론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만 더 들 뿐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 디자인을 의미있게 전달해줄 수 있는 스토리를 한번 찾아보자고 했고, 며칠 간을 스토리 발굴에 매달렸다.

디자인 위에 스토리를 입혀라~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렇다할 스토리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던 찰나, 지친 누군가가 화이트보드가 아닌 로보킹 위에 장난 삼아 보드 마카로 직접 뭔가를 썼다 지웠다 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나는 "아, 맞다! 화이트 보드. 매끈하고 넓게 처리된 하얀 면이 심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만의 장점이 될 수 있어!" 라고 소리 쳤고, 모두들 저마다 수성펜을 들고 모여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스토리가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부부 싸움하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 아내에게 '미안해, 사랑해' 라고 적은 로보킹을 리모콘으로 밀어 넣으면 금방 화해 되겠는데."
"요새는 직접 꾸며보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으니, 이 면에 스티커나 마카 펜으로 나만의 연출을 할 수도 있고."
"동물처럼 꾸며서 이름을 붙여도 재미있겠다."

사랑의 메신저로 다시 태어난 로보킹
우리는 최종적으로 디자인 컨셉을 '사랑의 메신저'로 정하고 우리가 만든 프로토타입 위에 수성펜으로 몇 가지 메시지를 적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평가를 듣기로 했다. 장년층에서는 '무슨 장난 같은 소리냐'는 핀잔도 있었지만, 주요 타겟으로 삼았던 2030대 층에서는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미지까지 더해졌다며 반겼다. 이러한 반응을 토대로 출시하게 된 이 제품은 청소만 하는 '기계'가 아닌 '사랑을 나누는 메신저'라는 콘센트와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튜닝할 수 있다는 열린 디자인 때문에 지금은 많은 고객의 사랑을 얻고 있다. 

Writer(guest)

윤석원 차장
은 C&C 상품기획그룹에서 2004년부터 로봇킹 청소기 개발을 담당하면서 로봇이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찾아다닌 자타공인 로봇 청소기 전문가. 틈틈히 읽는 책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하며 1년에 보통 6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바이올린을 배우는 재미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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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yon 2009/04/06 13:55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윤 차장님 반갑습니다...^^ 오래전부터 로보킹을 알고 있었어요..하지만 부담스런 가격때문에...ㅎㅎㅎ 요즘은 다양한 제품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독신이라서 로보킹이 아주 필요하답니다. 엘지에서 최신제품이 나왔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아직까지 구매로는 연결이 쉽지가 않네요. 만약에 나도 구입했었다면 저런 애칭이나 애완용(?)같은 느낌을 받으리라 봅니다. 조만간에 로보킹을 만날 그날(?)을 꿈꾸면서...더욱 발전된 로보킹을 기대해 봅니다. ^ㄴㅇ

    • 엘진 2009/04/07 09:34 address / modify or delete

      싱글이시라면 로보킹 강추합니다.ㅎ 외출할때 돌려놓고 나가면 좋더라구요. 우렁각시가 다녀간듯 바닥청소는 확실히 책임지죠 ^^

  2. 2009/04/06 14:03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엘진 2009/04/07 09:31 address / modify or delete

      네~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다운되었습니다. ^^
      윤차장님께 여쭤보니 말씀하신 제품은 작년 9월에 출시된 것으로 올해 내로는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고 하시네요.~

  3. 2009/04/06 14:1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라디오키즈 2009/04/06 16:3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결국은 감성... 아직 로봇청소기를 써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펫을 입양하듯 그들과 함께 생활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가 되도 병원에 보내지 않았음 좋겠어요~~ㅎ

    • 엘진 2009/04/06 18:20 address / modify or delete

      로봇 청소기가 아침에 깨워주고 건강관리도 해주고 요리 레시피도 알려주고
      일정 관리도 하는 비서 역할을 해주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ㅋㅋ
      참 비서가 병원에 가면 좀 난감해지겠지만 ㅎㅎ

  5. 요시 2009/04/06 16:5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신기하닼

  6. 폰더루 2009/04/06 21:2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재밌는 이야기네요.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걸 보니까 더 재밌어요.
    청소하기 귀찮으니까 나중에 독립하면 꼭 하나 장만 해야겠네요.

    • 엘진 2009/04/07 09:37 address / modify or delete

      폰더루님. 감사합니다.^^
      아무리 귀찮아도 건강을 위해 청소는 주기적으로 꼭 하세요. ㅋ

  7. JK 2009/04/07 08:3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로봇청소기를 써 본 경험은 없습니다만, 근데 디자인에 스토리를 입히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 사용자들이 그 스토리에 맞게 사용을 하는지는 의문이군요. 로봇청소기를 펫으로 생각하는 분들을 직접 보질 못해서... ^^;;;

    • 그린데이 2009/04/07 09:50 address / modify or delete

      저는 오래전에 2세대쯤 되는 로봇 청소기를 사용해 봤는데요, 전기선이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소기를 보며 '이 말썽꾸러기!'라고 혼내듯 중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로보킹에는 감지센서도 있고, 배터리가 없으면 혼자서 충전하러 콘센트로 달려 간다고 하니 더욱 애완동물스러울 것 같은데요 ^^

    • JK 2009/04/07 09:58 address / modify or delete

      배터리 떨어지면 밥줘~ 라고 앙탈을 부려야 펫이죠. ^^;

      근데, 답댓글을 엘진으로 다셨다 그린데이로 닉네임을 바꾼 이유가 살짝 궁금해지네요. ^^

    • 그린데이 2009/04/07 10:10 address / modify or delete

      하핫. 앙탈을 부려야 펫이군요.
      '그린데이' 닉네임이 등장한 이유는 제 '개인적'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

  8. mirya 2009/04/07 09:0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로봇 청소기의 뒷 얘기를 접하니 새롭고 재밌습니다. 우렁각시란 말이 정말 딱이네요...^^

  9. 보라공주 2009/04/17 16:1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집에서 로보킹 쓰고 있는데요, 이렇게 탄생 비화를 들으니 재미있네요.
    부모님이 로보킹을 돌돌이라 부르시면서 자식들 보다 낫다고 하세요 ㅋㅋㅋ

    • 엘진 2009/04/07 09:54 address / modify or delete

      싸이킹과 로보킹은 형제지간인데~
      '돌돌이'도 재밌는 닉네임이네요 ^^

  10. 숲속얘기 2009/04/07 13:40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wifi를 이용해 지능을 업데이트 시킨다면 더 좋아질 듯..

    • 엘진 2009/04/07 13:53 address / modify or delete

      의견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똑똑해진 로봇 청소기를 기대해주세요 ^^

  11. 조문현 2009/04/07 16:2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윤차장님!
    멋지십니다.
    전 한국시장에서 열심히 로보킹 팔고 있겠습니다. ㅋ
    잘만 만들어 주세요~~

    • 엘진 2009/04/08 11:28 address / modify or delete

      반갑습니다. 조문현님. 로보킹 마케팅을 하시나봐요 ㅋㅋ
      앞으로도 로보킹 많이 팔아주세요~
      그나저나 미니홈피의 아기사진이 참 귀엽네요~ ^^

  12. ROBOKING Father 2009/04/08 09:0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감회가 새롭군요~~ 가산동 박입니다.... 로보킹도 이제 제법 자라서 나이가 하나 둘 먹어 성장하니... 기대가 큽니다. 윤차장 홧팅^^

    • 엘진 2009/04/08 11:21 address / modify or delete

      어이쿠. 연구소에서 오셨군요 ^^;
      윤차장님 어깨가 무거우시겠는데요?

  13. 아이디어 2009/04/08 10:4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로보킹과 MP3의 조합은 어떠신가요...^^ 사랑에 메신저라면 음악과 함께 전해지면 더욱더 좋을것 같습니다. 스피커와 MP3모듈을 장착하고 청소기의 녹음 기능도 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청소를 하면서 음악을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 엘진 2009/04/09 21:03 address / modify or delete

      고객조사할때 MP3장착에 대한 의견도 있었는데 청소할때 소음이 만만치 않아서 적용이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다음 버전에는 적용할 수 있도록 저소음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보도록 해야할 듯 ^^

  14. 2009/04/10 11:1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The Tech에 내용인데 Technology 보다는 The Side Story에 가까운 것 같네요. ^ ^;

    • 엘진 2009/04/11 16:09 address / modify or delete

      로봇청소기 개발 스토리인데, 뒷얘기라 좀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회'님 반갑습니다~

  15. 독코독담 2009/04/13 01:0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집에 들어왔는데 로봇청소기가 청소하고 있다면 섬뜩하겠는데요 ㅎㅎ
    아니면 자고있는데 청소하고 있다면...^^

    • 엘진 2009/04/13 09:49 address / modify or delete

      우하하..호러버전으로 상상을? ㅋㅋ
      로봇청소기가 넘 너무 귀엽게 생겼다면 무섭진 않겠지요?

  16. PhiliaDesign 2009/04/13 19:4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제 인생의 소중한 기억 속에 함께 있는 '로보킹'

    학부때 청소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산자부 주최의 로봇피아드2005라는 대회에 참여했었죠.
    헌데 마침 LG 로보킹이 시연을 위해 왔더군요.
    당시 저희 로봇과 비교해보며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시연을 마치신 LG 연구원 몇 분이 저희 쪽으로 오시더라구요.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라고..ㅎㅎㅎ
    당시 로봇 개발팀 대부분이 저희 학교 출신이라며 도와줄 것 있으면
    연락하라고 명함도 주시더군요.
    다행히 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지 채 6개월도 안된 초짜들이
    동상으로 입상하며 선배님 얼굴에 먹칠은 안한 것 같아 기뻤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엔지니어에서 디자이너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되었어요.
    아직까지는 기술 주도의 로봇 산업이 산업 위주로 체질 개선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ㅎㅎㅎ

    • 엘진 2009/04/16 11:16 address / modify or delete

      아하..로봇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그때의 열정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시기를 바랄께요 ^^

  17. 로지 2009/07/03 22:0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하하~ 우리집에선 킹돌이라고 불러요.
    가끔 바로옆의 먼지를 못 먹고? 지나갈땐 속터지기도 하지만 혼자 청소 잘해놓은 모습보면 기특하기도 하죠^^ 애들한테도 인기만점이구요~
    남편도 '저자식 청소 제대로하나 방마다 밀가루 한번 뿌려놔봐' 하기도 해요 ㅎㅎ
    참~ 그리고 전 화이트색상 아주 맘에 들어요. 일단 깨끗해보이쟎아요. 시뻘건색을 주부들이 좋아할꺼라고 생각하는건 선입견인거 같아요.

    그리고 기왕이면 메시지 목소리도 멋진 남자목소리였으면 좋겠어요~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 여성이라구요! 당연히 남자목소리가 낫지않을까요? 집사가 있는 기분이 들꺼 같아요^^ ㅎㅎㅎ

  18. 로보킹?? 2010/07/12 19:5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우리집 로보킹 이상해요... 마젤란맵핑이라고 살때는 광고 했는데...
    요즘 애가 정신을 못차려요... AS 센터에 수리 요청해도 원래 그렇다고 하나..... ^^;;

    솔직히 난감함

  19. The Krup Law Group 2011/04/15 02:0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다양한 동호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사진 동호회의 활동이 매우 활발합니다. 제가 카메라 많다는 것으로 우겨서 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타고난 구도 감각과 색감을 가진 디자이너들과는 게임이 안되더라고요. 순~ 장비빨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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